수도권에 빛을 제공해온 마을에 불이 꺼지기 시작했다.
2025년 12월, 태안의 석탄화력발전소 1호기가 멈췄다.
30년. 그동안 태안에서 전력을 생산해온 세월이다.
2025년 12월, 태안의 석탄화력발전소 1호기가 멈췄다.
30년. 그동안 태안에서 전력을 생산해온 세월이다.
태안이 만든 빛은, 태안을 위해 만들지 않았다.
화력발전소에서 매년 생산하는 전력량은 서울 연간 전력 소비량의 절반 수준이다.
화력발전소에서 매년 생산하는 전력량은 서울 연간 전력 소비량의 절반 수준이다.
10호기 단일 발전량이 서울 강남구의 전력 소비량을 넘어선다.
그런데 태안에서 생산하는 전력량의 96%가 다른 지역으로 간다.
그런데 태안에서 생산하는 전력량의 96%가 다른 지역으로 간다.
충남과 전남, 경북은 생산 전력의 절반 이상을 외부로 보내고 수도권에선 주로 소비만 한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전력 1/3이 수도권에 몰려있다.
서울의 전력 자급률은 11.6%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전력 1/3이 수도권에 몰려있다.
서울의 전력 자급률은 11.6%에 불과하다.
전국 전력자급률 현황 (2024년)
출처: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
30년 동안 빛을 만들어온 사람들
“발전소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으면서 학교를 다녔어요.
그래도 발전소는 쳐다도 안 봤죠. ‘드러운’ 회사라고…일할 생각도 못 했어요.”
그래도 발전소는 쳐다도 안 봤죠. ‘드러운’ 회사라고…일할 생각도 못 했어요.”
“발전소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으면서 학교를 다녔어요.
그래도 발전소는 쳐다도 안 봤죠. ‘드러운’ 회사라고…일할 생각도 못 했어요.”
그래도 발전소는 쳐다도 안 봤죠. ‘드러운’ 회사라고…일할 생각도 못 했어요.”
농사를 짓던 아버지는 30년 전 발전소가 들어설 땐 ‘반대’했다.
시간이 흐르고 그는 발전소 폐기물 처리장에서 하청 노동자로 일했다.
그리고 동생도, 아들도 발전소로 불러들였다.
영훈씨 가족에게 태안과 화력발전소는 삶의 터전이다.
시간이 흐르고 그는 발전소 폐기물 처리장에서 하청 노동자로 일했다.
그리고 동생도, 아들도 발전소로 불러들였다.
영훈씨 가족에게 태안과 화력발전소는 삶의 터전이다.
“아이 낳고 태안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발전소에 들어갔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나를 키워주고 사람답게 살게 해준 곳이에요.”
지금 생각해보면, 나를 키워주고 사람답게 살게 해준 곳이에요.”
화력발전소에는 빛과 그늘이 존재한다
“어렸을 땐 이원면에서 태안 읍내 가는 길이 비포장도로였어요.
발전소 생기고 나서 도로도 깔렸죠.”(손영훈)
발전소 생기고 나서 도로도 깔렸죠.”(손영훈)
최근 10년(2015~2025년) 동안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태안군이 받은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약 554억원이다.
같은 기간 발전소 운영사인 한국서부발전이 태안군에 직접 기부한 금액만 513억원이다.
태안군이 받은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약 554억원이다.
같은 기간 발전소 운영사인 한국서부발전이 태안군에 직접 기부한 금액만 513억원이다.
태안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발전소(전기·가스업 등)가 차지하는 비중은 1/3을 넘는다.*
발전소(전기·가스업 등)가 차지하는 비중은 1/3을 넘는다.*
*2022년 실질 GRDP 2조9593억원, 전기·가스·증기 및 공기 조절 공급업은 1조438억원.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다.
화력발전소는 일자리와 지역 발전에 기여했지만, 주민들의 삶에 상흔도 남겼다.
화력발전소는 일자리와 지역 발전에 기여했지만, 주민들의 삶에 상흔도 남겼다.
2019년 발전소 주변 5km 이내 초등학교 토양오염도 조사에서
1급 발암물질인 비소가 검출됐다. 기준치(25㎎/㎏)의 10배가 넘는 수치였다.
1급 발암물질인 비소가 검출됐다. 기준치(25㎎/㎏)의 10배가 넘는 수치였다.
방갈초등학교는 설립 77년만인 2021년 폐교했다.
학교는 토양 정화 작업 없이 현재까지 방치돼 있다.
학교는 토양 정화 작업 없이 현재까지 방치돼 있다.
“주민들이 기부해서 만든 초등학교 부지였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고 정화도 않고 계속 방치하고 있는 게 안타까워요.”
(김일환 방갈초 졸업생)
비용이 많이 든다고 정화도 않고 계속 방치하고 있는 게 안타까워요.”
(김일환 방갈초 졸업생)
충남의 화력발전소 2km 이내에 거주하는 남성은
다른 충남 지역 남성에 견줘 암 발생률이 1.41배 높다.
다른 충남 지역 남성에 견줘 암 발생률이 1.41배 높다.
“여기 한 집에 한 명씩은 다 암으로 죽었어요.
지금은 마을에 70대도 거의 안 남았어요.”
(최정복 방갈1리 이장)
지금은 마을에 70대도 거의 안 남았어요.”
(최정복 방갈1리 이장)
전국 화력발전소 중 2025년
가장 많은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뿜어낸 곳이
태안화력발전소다.*
가장 많은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뿜어낸 곳이
태안화력발전소다.*
*온실가스 2291만톤, 오염물질 7762만톤 (출처: 충남환경운동연합)
태안을 떠난 사람과 떠날 사람들이 있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의 동료였던
조창희씨는 최근 서산시로 이사했다.
10년간의 태안 생활을 정리했다.
조창희씨는 최근 서산시로 이사했다.
10년간의 태안 생활을 정리했다.
“교육도 그렇고 문화생활도 그렇고. 병원도 점점 빠져나가니까…”
(조창희)
(조창희)
은퇴 이후 태안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며 1년에 두 차례 일용직(오버홀)으로
발전소 정비 일을 하는 이정균씨도 발전소가 폐쇄되면 태안을 떠날 예정이다.
발전소 정비 일을 하는 이정균씨도 발전소가 폐쇄되면 태안을 떠날 예정이다.
“나도 은퇴했다가 번복하기도 XX 같은데,
발전소 없어지면 진짜 막막한 거지. 버텨보고 싶은데…”
(이정균)
발전소 없어지면 진짜 막막한 거지. 버텨보고 싶은데…”
(이정균)
이제는 발전소와 함께 살 수밖에 없는 구조
발전소에서 차로 10분쯤 떨어져 있는 마을, 원북면 이곡2리.
70여채 가운데 빈집만 18채다.
한창때는 이 마을에서만 스무 명 넘게 발전소에서 일했다.
지금은 5명가량 일한다.
70여채 가운데 빈집만 18채다.
한창때는 이 마을에서만 스무 명 넘게 발전소에서 일했다.
지금은 5명가량 일한다.
“발전소가 좋다, 싫다를 떠나서 이젠 발전소와 함께 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거야.
그런데 발전소가 없어지기 전에 이곡2리가 없어질 것 같아.”
(김용록 이곡2리 이장)
그런데 발전소가 없어지기 전에 이곡2리가 없어질 것 같아.”
(김용록 이곡2리 이장)
태안이 먼저 마주한 지역 ‘전환’의 위기
전국의 화력발전소 61곳 중에
2038년까지 37기(2025년 12월 폐쇄된 태안 1호기 포함)가 순차적으로 폐쇄될 예정이다.
2038년까지 37기(2025년 12월 폐쇄된 태안 1호기 포함)가 순차적으로 폐쇄될 예정이다.
태안이 마주한 ‘에너지 전환’, ‘일자리·인구 감소’ 등의 위기는
경남 하동·삼천포, 충남 당진, 강원 동해, 인천 영흥 등도
조만간 맞닥뜨릴, 지역 모두의 문제다.
경남 하동·삼천포, 충남 당진, 강원 동해, 인천 영흥 등도
조만간 맞닥뜨릴, 지역 모두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