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헌 옷 수도의 비명

소각

지난 10월 25일 오후 5시 반께, 아직 해가 지기 전인 인도 파니파트시 도심 바르사트로드 인근 하늘은 연기로 먼저 어두워졌다. 트럭들이 곳곳에 주차된 가로 200m, 세로 200m 가량의 공터에서 높게 쌓인 옷이 불탄다. 파니파트시는 인도 수도 델리에서 북쪽에서 북쪽으로 90㎞ 가량 떨어진 곳이다. 하루 250톤의 옷들이 세계에서 수입돼 재활용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헌 옷의 수도’라 불린다. 하지만 이 도시에서 옷을 수입한 공장과 판매업자들은 쓸모없거나 팔리지 않는 옷을 태운다. 인근 트럭 기사는 “이렇게 옷이 소각되는 공터가 도시에 17개가 더 있다”고 했다. 파니파트에서는 헌 옷이 소각되는 과정에서 규정치의 10배가 넘는 대기오염이 발생한다. 폐 질환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이 파니파트로 한국 옷 또한 수출되고 태워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의 헌 옷 수거함에 버린 옷들 4벌이 파니파트로 향했다. 옷 네 벌은 모두 스웨터들이다. 이 옷들은 아크릴, 모, 레이온, 폴리에스터, 나일론 등의 소재다. 소각된다면 탄소와 유해물질이 배출되는 소재다.

재활용

파니파트로 온 옷 일부는 이렇게 소각되고, 나머지 옷은 재활용된다. 한국에서 버린 옷도 이 재활용 공정을 따라가고 있다. 파니파트공장에서는 수입한 헌 옷을 색깔별로 옷을 분류한 뒤, 이 옷들을 날카로운 기계에 넣어 잘게 쪼갠다. 조각난 옷을 화학약품으로 물을 빼 하얗게 만든다. 하얀색이어야 재생산 제품에 다른 색깔을 입히기 쉽기 때문이다. 잘게 잘리고 표백된 옷들은 실을 뽑아내는 공장으로 이동해 원사가 된다.

오염된 물

파니파트 헌 옷 공장들은 표백에 화학 용수를 쓴 다음 하천으로 흘려버린다. 불법이지만 정부가 잘 단속하지 않고, 정수 비용을 쓰지 않기 위해서다. 발암물질이 가득한 이 물로 인해 산업단지 바로 아래에 있는 심라구전 마을이 폐허가 되고 있다.

병든 마을

암과 심장병·피부병이 환자가 늘어 마을 전체의 10%가 환자다. 취재팀이 만난 크리산 랄 샤르마씨(75)씨는 오염된 물로 인해 14년 전부터 혈액암과 마비증상, 피부병을 겪고 있다. 땅과 지하수까지 공장 폐수가 스며들면서, 먹거리와 식수도 모두 오염된 영향이다. 이 마을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온 그는 “목욕도 하고 빨래도 하던 하천 물이 갑자기 더러워졌다”고 했다. 주민들은 오랜 세월 산 터전을 버리고 떠난다. 그러나 저소득층은 떠날 여력도 없다. 그저 그저 아픈 몸을 이끌고 이곳에서 견딜 뿐이다.

질병 위험

헌 옷을 재활용하는 공정에서도 노동자들은 질병 위험을 안고 있다. 소마티씨(58)와 그의 아들 지텐더(36)씨가 일하는 파니파트의 표백 공장에는 한국의 옷도 거쳐 간다. 소마티는 맨손으로 헌 옷을 형광증백제, 계면 활성제, 첨가제, 각종 중금속 등이 들어 있는 화학용수에 옷을 담근다. 그는 “폐를 치료하는 약을 먹으면서 일한다”고 했다. 이곳의 또 다른 직원 할림씨(25)는는 배우자와 부모님과 네 자녀와 함께 이 표백 공장 안 오두막에서 산다. 한 달에 한화 30만원가량의 임금을 받는 그 역시 약을 먹으면서 일한다. 현장에서는 화학용수에 젖은 헌 옷 위로 그의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인도 파니파트의 모습
인도 파니파트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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