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사는 노인들에겐 없는 게 많다.
집 근처에 병·의원도, 약국도,
이·미용실도, 목욕탕도 찾아보기 힘들다.
여든 두 살 조정자씨가 사는 태안군 남면의 인구는 4300명 남짓이다.
하지만 남면에는 이미 병원도, 의원도 없다.
약국만 딱 1곳 있다. 집과는 멀리 떨어진, 몽산포 해수욕장 근처다.
관광객을 위한 약국이다.
태안에는 총 30곳의 병·의원이 있는데,
태안읍(24곳), 특히 읍내 버스터미널 근처에 몰려 있다.
아침 6시~8시 서울 등 수도권으로 가는 고속버스는 거의 항상 매진된다.
대형 병원에 가는 사람이 많아서다.
소아과, 산부인과 진료는 태안보건의료원에서만 가능하다. 피부과는 아예 없다.
이비인후과 2곳 가운데 한 곳은 올해 초 충남 내포신도시로 이전했다.
홀로 사는 조씨가 병원에 가려면 버스나 택시를 타야 한다.
평생 농사를 지은 그는 허리가 꼬부라져있다.
혼자 걷기 힘들다.
집에서 5분 남짓 걸어가야 하는 논에 갈 때도 항상 전동 밀대를 끌고 간다.
막내아들이 사준, 120만원짜리 밀대는 성인이 타도 될 정도로 큼지막하다.
꼬불꼬불한 흙길을 15분가량 걸어나가 정류장에 밀대를 두고 버스를 탄다.
지난해 겨울엔 버스에서 내리다가 넘어져 어깨를 다쳤다.
“계단 하나만 내려가면 땅바닥인디,
나도 모르게 코가 엎어졌어.
이짝(어깨)이 돌아가있더라고.”
조정자 | 태안 남면 거주
무거운 짐이 있을 땐 희망택시를 부른다.
2022년부터 태안군에서 운영하는 희망택시
버스정류장에서 500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 사는 80살 이상 노인에게
무료 택시 이용권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1인당 연간 40건을 이용할 수 있는데, 지난해 노인 728명이 혜택을 받았다.
희망택시는 태안 노인들에게 때론 비서가 되어주고,
때론 배달앱이 되어준다.
근흥면에 사는 이금산(89) 할머니는 읍내 미용실에 머리를 지지러 갈 때,
병원에 약 타러 갈 때마다 희망택시를 이용한다.
가끔 좋아하는 닭튀김(치킨) 먹고싶을 때도 택시 기사인 김진용씨에게 전화한다.
멀리 사는 자식들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
“2년 전엔 아침 일찍 전화하셔서는 ‘병원 데려가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넘어져서 일어나지 못하신다고. 제가 가서 119 구급차를 불러드렸어요.”
김진용 | 희망택시 기사
보건진료소는 사막이나 다름없는 마을에 우물 같은 존재다.
태안 읍내에서 버스로 40분가량 떨어져있는 안면읍 황도리에선
보건진료소가 유일한 행정기관이다.
19년째 황도리보건진료소에서 일하는 김현미(51) 소장이 마을의 막내다.
창기중학교가 폐교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4년 전 읍내로 이사했지만,
그 전까진 마을에서 두 아들을 키웠다.
152가구 가운데 81가구가 독거노인인 작은 마을에서 김 소장은 유일하게 믿을 구석이다.
그는 마을 어르신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
어지럽다며 찾아온 양만례(85) 할머니는
영양실조 있는 두 명 가운데 한 명이다.
머리카락 염색하면 이마에 물집이 잡히는 전남희(87) 할머니는
염색하기 전에 반드시 알러지 약을 먹어야 한다.
진료소 옆 관사에 살 때는
새벽에 지네에 물렸다며 전화 오면 한달음에 달려갔고,
파킨슨을 앓는 어르신이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1년간 매일 드레싱을 해드렸다.
“팩스도 넣어드리고, 복사도 해드리고,
우리 엄마 연락 안 된다며 걸려오는 전화로 ‘연락망’ 구실도 해드려요.”
김현미 | 황도리보건진료소장
태안에는 황도리 같은 의료취약지에 보건진료소 16곳이 있다.
보건진료소장은 간호사가 맡는다.
공중보건의가 진료하는 보건지소는 격일로 운영된다.
공보의가 부족해, 의사 한 명이 2개 지소를 맡아 번갈아 진료를 보기 때문이다.
태안보건의료원은 공중보건 한의사들이 경로당을 다니며 침을 놔주는 등
찾아가는 의료서비스를 운영중이다.
하지만 만 65살 이상 노인 인구가 열 명 중 넷에 이르는 현실에 비춰볼 땐,
여전히 의료와 돌봄 인력은 부족하다.
지역에 사는 노인들에겐 없는 게 많다.
집 근처에 병·의원도, 약국도,
이·미용실도, 목욕탕도 찾아보기 힘들다.
여든 두 살 조정자씨가 사는 태안군 남면의 인구는 4300명 남짓이다.
하지만 남면에는 이미 병원도, 의원도 없다.
약국만 딱 1곳 있다. 집과는 멀리 떨어진,
몽산포 해수욕장 근처다.
관광객을 위한 약국이다.
태안에는 총 30곳의 병·의원이 있는데,
태안읍(24곳), 특히 읍내 버스터미널 근처에 몰려 있다.
아침 6시~8시 서울 등 수도권으로 가는 고속버스는 거의 항상 매진된다.
대형 병원에 가는 사람이 많아서다.
소아과, 산부인과 진료는 태안보건의료원에서만 가능하다. 피부과는 아예 없다.
이비인후과 2곳 가운데 한 곳은 올해 초 충남 내포신도시로 이전했다.
홀로 사는 조씨가 병원에 가려면
버스나 택시를 타야 한다.
평생 농사를 지은 그는 허리가 꼬부라져있다.
혼자 걷기 힘들다.
집에서 5분 남짓 걸어가야 하는 논에 갈 때도 항상 전동 밀대를 끌고 간다.
막내아들이 사준, 120만원짜리 밀대
성인이 타도 될 정도로 큼지막하다.
꼬불꼬불한 흙길을 15분가량 걸어나가
정류장에 밀대를 두고 버스를 탄다.
지난해 겨울엔 버스에서 내리다가
넘어져 어깨를 다쳤다.
“계단 하나만 내려가면 땅바닥인디,
나도 모르게 코가 엎어졌어.
이짝(어깨)이 돌아가있더라고.”
조정자 | 태안 남면 거주
무거운 짐이 있을 땐 희망택시를 부른다.
2022년부터 태안군에서 운영하는 희망택시
버스정류장에서 500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 사는 80살 이상 노인에게
무료 택시 이용권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1인당 연간 40건을 이용할 수 있는데, 지난해 노인 728명이 혜택을 받았다.
희망택시는 태안 노인들에게
때론 비서가 되어주고,
때론 배달앱이 되어준다.
근흥면에 사는 이금산(89) 할머니는 읍내 미용실에 머리를 지지러 갈 때,
병원에 약 타러 갈 때마다 희망택시를 이용한다.
가끔 좋아하는 닭튀김(치킨) 먹고싶을 때도 택시 기사인 김진용씨에게 전화한다.
멀리 사는 자식들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
“2년 전엔 아침 일찍 전화하셔서는 ‘병원 데려가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넘어져서 일어나지 못하신다고. 제가 가서 119 구급차를 불러드렸어요.”
김진용 | 희망택시 기사
보건진료소는 사막이나 다름없는 마을에 우물 같은 존재다.
태안 읍내에서 버스로 40분가량 떨어져있는 안면읍 황도리에선
보건진료소가 유일한 행정기관이다.
19년째 황도리보건진료소에서 일하는 김현미(51) 소장이 마을의 막내다.
창기중학교가 폐교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4년 전 읍내로 이사했지만,
그 전까진 마을에서 두 아들을 키웠다.
152가구 가운데 81가구가 독거노인인 작은 마을에서 김 소장은 유일하게 믿을 구석이다.
그는 마을 어르신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
어지럽다며 찾아온 양만례(85) 할머니는
영양실조 있는 두 명 가운데 한 명이다.
머리카락 염색하면 이마에 물집이 잡히는 전남희(87) 할머니는
염색하기 전에 반드시 알러지 약을 먹어야 한다.
진료소 옆 관사에 살 때는
새벽에 지네에 물렸다며 전화 오면 한달음에 달려갔고,
파킨슨을 앓는 어르신이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1년간 매일 드레싱을 해드렸다.
“팩스도 넣어드리고, 복사도 해드리고,
우리 엄마 연락 안 된다며 걸려오는 전화로 ‘연락망’ 구실도 해드려요.”
김현미 | 황도리보건진료소장
태안에는 황도리 같은 의료취약지에 보건진료소 16곳이 있다.
보건진료소장은 간호사가 맡는다.
공중보건의가 진료하는 보건지소는
격일로 운영된다.
공보의가 부족해, 의사 한 명이
2개 지소를 맡아
번갈아 진료를 보기 때문이다.
태안보건의료원은 공중보건 한의사들이 경로당을 다니며 침을 놔주는 등
찾아가는 의료서비스를 운영중이다.
하지만 만 65살 이상 노인 인구가
열 명 중 넷에 이르는 현실에 비춰볼 땐,
여전히 의료와 돌봄 인력은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