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군 소원면에 있는 만리포고등학교는 충청남도에서 가장 ‘작은’ 고등학교다.
전교생이 66명이다.
1학년은 한 반(14명) 뿐이다.
전교생이 66명이다.
1학년은 한 반(14명) 뿐이다.
2학년 예지는 아침 6시45분, 의항리의 집에서 나온다.
20분 걸어가야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첫차(7시15분)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로는 10분이면 닿을 거리지만, 다음 버스(9시40분)를 타면 ‘지각’이다
20분 걸어가야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첫차(7시15분)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로는 10분이면 닿을 거리지만, 다음 버스(9시40분)를 타면 ‘지각’이다
소원리에 사는 3학년 지훈이는 아침 6시50분 버스를 놓치면 아예 뜀박질을 선택한다.
중학교 육상선수 출신이지만 학교까지 꼬박 1시간을 뛰는 건, 만만치 않다.
중학교 육상선수 출신이지만 학교까지 꼬박 1시간을 뛰는 건, 만만치 않다.
“인도가 아니라 도로라서 위험해요.
큰 트럭에 치일 뻔한 적도 있어요.”
큰 트럭에 치일 뻔한 적도 있어요.”
지훈
| 만리포고등학교 3학년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는 밤 9시30분,
학교 건물 앞에는 택시 4대가 늘어선다.
버스가 끊긴 뒤라, 학생들을 집까지 데려다줄 택시다.
학교 건물 앞에는 택시 4대가 늘어선다.
버스가 끊긴 뒤라, 학생들을 집까지 데려다줄 택시다.
시골 초등학교에는 대부분 셔틀버스가 있지만 고등학생들은 ‘알아서’ 통학해야 한다.
교통이 불편하니,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도 거의 없다.
선생님들의 열정에 기대어, 부족한 공부는 방과후 수업으로 채운다.
교통이 불편하니,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도 거의 없다.
선생님들의 열정에 기대어, 부족한 공부는 방과후 수업으로 채운다.
하지만 작은 학교라서 겪는 ‘학습권 박탈’은 심각하다.
“꺼졌네.”
예준
| 만리포고등학교 3학년
물리Ⅱ 온라인 수업을 듣던 3학년 예준이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노트북을 교체했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노트북을 교체했다.
학교에는 과학 교사가 1명(화학)뿐이다.
물리, 생명, 지구과학은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환경이 열악하다. 낡은 노트북 배터리는 50분 수업을 버티지 못한다.
교육청의 지원은 학생 수가 많은 학교 순서로 이뤄진다.
물리, 생명, 지구과학은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환경이 열악하다. 낡은 노트북 배터리는 50분 수업을 버티지 못한다.
교육청의 지원은 학생 수가 많은 학교 순서로 이뤄진다.
“온라인 수업이라 가뜩이나 집중도가 떨어지는데,
인터넷 연결 버벅거리고, 마이크 안 되고,
카메라 안 보이고… 노후화된 교육 환경을 좀 개선해줬으면 좋겠어요.”
인터넷 연결 버벅거리고, 마이크 안 되고,
카메라 안 보이고… 노후화된 교육 환경을 좀 개선해줬으면 좋겠어요.”
예지
| 만리포고등학교 2학년
고교학점제가 적용되는 1~2학년의 경우,
대학이 요구하는 다양한 선택과목을 반드시 이수해야 하지만
‘작은 학교’에선 수업 개설 자체가 어렵다.
대학이 요구하는 다양한 선택과목을 반드시 이수해야 하지만
‘작은 학교’에선 수업 개설 자체가 어렵다.
학생부에는 수강 인원이 기록되니,
대학 입시에선 시골학교 출신이라는 게 자연스레 드러난다.
대학 입시에선 시골학교 출신이라는 게 자연스레 드러난다.
“모든 교육 정책이 대도시 위주로 짜이다보니,
고교학점제 등 취약한 부분이 드러나고 있지만
교육청에선 학생 수가 적은 시골학교는 신경쓰지 않아요.”
고교학점제 등 취약한 부분이 드러나고 있지만
교육청에선 학생 수가 적은 시골학교는 신경쓰지 않아요.”
신성원
| 만리포고등학교 국어 교사
현주는 2024년 충남 태안군 남면초등학교에
딱 1명뿐인 1학년 신입생이었다.
딱 1명뿐인 1학년 신입생이었다.
“저는 왜 친구가 없어요?”
현주
| 남면초등학교
선생님께 투정을 부렸다.
집에 가도 할머니, 할아버지는 농사짓느라,
식당 일을 하는 엄마랑 배관 일을 하는 아빠는 바빠서 놀아줄 사람이 없다.
식당 일을 하는 엄마랑 배관 일을 하는 아빠는 바빠서 놀아줄 사람이 없다.
“겨울 되면 엄마 고향인 라오스에 가는데,
그때가 신나요.”
그때가 신나요.”
현주
| 남면초등학교
그해 6월 슬민이가 전학 왔다.
경기도 안산에 살던 슬민이 가족은
태안에서 펜션을 운영하러 이주했다.
경기도 안산에 살던 슬민이 가족은
태안에서 펜션을 운영하러 이주했다.
슬민이는 현주를 처음 봤을 때 “조금 부끄러웠다”.
현주가 초콜릿 맛 사탕을 주면서 “친해지자”고 하며 웃었다.
둘은 그 뒤 단짝이 됐다. 2년 가까이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
현주가 초콜릿 맛 사탕을 주면서 “친해지자”고 하며 웃었다.
둘은 그 뒤 단짝이 됐다. 2년 가까이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
“싸울 뻔한 적도 있는데,
서로 얼굴 보면 웃음이 나와요.”
서로 얼굴 보면 웃음이 나와요.”
현주, 슬민
| 남면초등학교
둘은 마주보며 킥킥 웃었다.
남면초 전교생은 27명이다.
올해 병설 유치원은 문을 닫았다.
7살 아이들이 졸업한 뒤에 신입생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병설 유치원은 문을 닫았다.
7살 아이들이 졸업한 뒤에 신입생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주와 슬민이 담임인 남경록 선생님은 지난해 겨울
동네 5~6살 아이들 집을 하나하나 찾아다녔다.
손에는 유치원 홍보자료와 선물 꾸러미를 들었다.
유치원 신입생을 찾기 위해서였다.
동네 5~6살 아이들 집을 하나하나 찾아다녔다.
손에는 유치원 홍보자료와 선물 꾸러미를 들었다.
유치원 신입생을 찾기 위해서였다.
인구감소로 아이들이 줄어든 농어촌 지역에선
학교마다 ‘홍보’가 일상이다.
그런데도 ‘작은 학교’ 통폐합 또는 폐교를 막을 수가 없다.
학교마다 ‘홍보’가 일상이다.
그런데도 ‘작은 학교’ 통폐합 또는 폐교를 막을 수가 없다.
그나마 서부발전 직원 사택 근처에 있는
화동초(전교생 179명), 백화초(588명)만 ‘쏠림’ 현상이 있다.
이를테면, 서울의 강남구 대치동인 셈이다.
화동초(전교생 179명), 백화초(588명)만 ‘쏠림’ 현상이 있다.
이를테면, 서울의 강남구 대치동인 셈이다.
한때 학부모, 교사들이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을 펼쳤던
혁신학교인 대기초의 한은주 선생님은 말한다.
혁신학교인 대기초의 한은주 선생님은 말한다.
“학교가 없어지면,
마을의 쇠락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져요.”
마을의 쇠락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져요.”
한은주
| 대기초등학교 교사